남녘 여행2 - 유령선을 보러 가다. (2011-04--07)


서울을 떠난 다음 날인 7일은 비가 내렸다. 그것도 아주 많은 비가 왔다. 비 오는 날 순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검색해 보니 어느 블로그 글의 댓글 하나가 걸렸다. 블로그 글은 순천 자랑을 길게 쓴 것인데 best blog 에 선정이 되었던 같았다. 그래서 엄청 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중에서 순천에 친정을 둔 한 여성이 올린 비오는날 거기에 더해 안개까지 낀 날엔 유령선을 볼 수 있다는 짧은 댓글이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비가 왔고 비안개인지 비보라인지 시계가 뽀얗게 흐렸다. 유령선을 보기에 딱 맞는 날씨같았다. 비가 와도 할 일이 있다니 반가웠다.


순천에 가서 할 일을 찾은 것은 지리산에서 3박하는 동안 순천과 여수를 둘러 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순천에서는 낙안읍성 민속촌에 가 보고 순천만도 다시 가 볼 생각이었다.


낙안읍성은 비오는 날 가 보기엔 적당치 않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그냥 우산을 받고라도 둘러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날 새벽에 코니가 설사를 시작했다. 계속 설사가 멎지 않아 아침도 거른 채 가까운 약국에 가서 지사제라로 사 먹을 생각을 했으나 지리산 입구에는 약국이 없었다.


구례에 가서 약국을 찾으니 그 곳이 마침 구례병원 앞이었다. 약사가 하는 말이 병원에 가 보라는 것이다. 약국 바로 뒤의 구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료한 의사의 소견은 탈수가 심해서 지역사랑이라면 입원을 시킬 것이지만 여행중이라니까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가라는 것이었다. 물도 충분히 마셔서 수분을 보충할 것과 먹지 말것과 먹어도 되는 것을 적어 놓은 인쇄물을 하나 줬다. 그런 표준 설사병 수칙문이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니시골 사람들은 설사병에 자주 걸리는 것 같다. 지사제와 항생재가 섞인 링거를 두시간 가까이 걸려 맞고 먹는 장염약과 지사제를 약국에서 사 가지고 나왔다.


병원앞 식당에서 재첩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땐 이미 11시 가까이 되었다. 한시간 드르이브해서 낙안읍성에 닿았다. 구례에서 낙안 읍성은 꼬붑꼬붑한 산길이었다. 다행히 차가 거의 없어 편안한 드라이브가 되었다.


낙안읍성에 닿으니 비오는 날인데도 관광객이 꽤 된다. 수학여행인듯한 중학생 무리 한떼가 와글와글 떠들고 있었다. 우산이 있었지만 비가 세차게 내려 입구에서 비옷까지 사서 입었다. 길도 진창이고 물 웅덩이가 여기저기 있어 걸어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동문에서 서문까지 죽 뼏은 대로를 따라 걷다가 몇군데 까치발로 들락거리며 간략한 관광을 했다. 날이 좋을 때 다시 와 보기로 하고 순천으로 떠났다. 오기전에 순천을 검색해서 시내의 죽집<죽이야기>을 찜해 두었다. 거기서 죽으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유령선을 보러 갔다.


유령선은 순천만에 이어진 벌교에 있는 화포 횟집마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횟집도 있지만 언덕에는 예쁜 카페도 있다기에 카페를 검색해서 <라브리>라는 카페를 찜해 뒀다. 거기에서 벌교만을 내다 보면 안개 때문에 물은 보이지 않고 배가 마치 유령선처럼 떠 다니는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가 보자 과연 그런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가!


오후 3시가 넘어 라브리에 닿았다. 찻집에는 우리 말고도 중년 아줌마 서넛이 앉아 있다 곧 나갔다. 실내장식도 멋스럽고 음악도 조용히 흘러 나와 그런대로 흥취가 돋는 카페였다.


비는계속 내렸지만 차에서 본 안개는 산길에서만 끼었던지 시계는 훤하지 않았지만 유령선이 나올 만큼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멀리 보이는 흐릿한 방파제가 유령선이라 우긴다면 그럴 수도 있을까? 그 시간에는 움직이는 배가 한척도 보이지 않았다.


테라스의 테이블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 보며 흘러 나오는 전영록의 노래를 들으며 시골 찻집치고는 맛 있는 헤이즐 넛 향의 커피를 마시며 열심히 유령선의 출현을 기다렸다.


유령선은 보지 못한 채 빗길을 달려 지리산에 돌아 왔다. 순천에서 구례까지도 고속도로가 나 있다. 단지 엄청 많은 터넬을 지내와야 했다.


스위스관광호텔 바로 뒤에는 (욕쟁이할머니) <지리산 산채나물정식당>이 있다. 서울에서 인터넷 검색해서 찜해 두었던 식당이다.


주중이라 그런지 우리밖엔 손님이 없는 듯 했다. 소문대로 반찬은 맛이 있었다. 된장찌게가 맛있었고 고돌빼기 김치가 맛이 있었다. 밥을 조금 밖에 먹지 못하는 나에겐 많은 반찬을 다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올 만 했다. 그래서 다음 날도 거기서 저녁을 먹었다.




낙안읍성은 사람키의 두배가 넘는 돌 성벽이 유명하다. 성벽의 두께도 높이 만큼이나 넓다.




성벽 안은 사람들이 사는 초가집으로 이뤄져 있다.




성안에는 누각도 있고




관아도 있다.




대장간도 복원해 놨다.

내가 초딩때는 시골에서는 이런 대장간에서 농기구를 만들어 팔았다.




초갓집 동네가 정겹다.




비오는 날인데도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들 한 떼와 관광객도 꽤 많이 보였다.




정문 옆에는 성벽에 오를 수 있는 돌계단이 있었다.




성벽 정문 누각에서 바라 본 성벽 지붕

폭이 충분히 넓어서 걸어 다닐 수도 있다.




정문 누각에서 내려다 본 낙안 읍성 대로

입구엔 매점이 있어 우산과 비옷을 팔고 있었다.




<비오는 날 순천에서 할 수 일>을 검색해서 걸린

댓글에는 순천만에 이어진 화포횟집타운이라고만 했다.

그리고 또 언덕에 커피숍도 있다고 했다.

인터넷 지도로 주변 검색을 해서 커피숍을 찾으니

<라브리>가 걸렸다.

거리뷰를 보니 그럴사 해 보였다.

네비에 찍고 빗길을 드라이브해서 <라브리)에 갔다.




찻집 테라스엔 비가 내리고 있다.




비오는 날이라 약간 쓸쓸해서 스탠드형 히터를 켜 주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유령선은 출현하지 않았다.




멀리 방파제만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걸로 유령선을 대신하기로 했다.




대추차와 헤이즐넛향 커피

유리 그릇에 띄운 꽃잎

그리고 시 한수




애잔한 시 한수는 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라브리>에서 돌아와 스위스관광호텔 바로 뒤에 있는

(욕쟁이할머니)지리산 산채정식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밥은 많이 못 먹으니 소주 한병을 시켜 나물을 안주삼아 반병을 마셨다.

밖은 여전히 비가 주룩 주룩 내린다.


Posted by 샛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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